엄마의 텃밭, 감사 그리고 흔적들
마늘로 내년(來年)을 심다~
신실하심
2021. 10. 24.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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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 수확을 마친 밭은 잠시 쉬었다 마늘밭으로 변신한다.
우리가 가는 날 아침이면, 그날 할 일을 위해 엄마가 밑 작업을 해 놓으시는데, 마늘밭도 그랬다.
아침 내내 일일이 흙을 고르고, 영양제를 솔솔 뿌려 흙과 잘 섞은 후 예쁘게 두둑을 만들어, 줄 맞춰 마늘만 심을 수 있도록 해 놓으셨는데, 노구를 이끌고 굽은 허리로 일하시느라 벌써 피곤해하시는 모습에 속상한 마음이 들어 나온 한 마디.
'엄마~~~나 오면 하시라니까 왜 혼자 했어요 ?!?!?!'
그런데 신경도 쓰시지 않는다.ㅠ
에휴... 감도 따고 마늘도 심어야 하는데, 멀리서 딸과 함께 와 텃밭 일을 하는 사위에게 공연히 미안한 맘이 들어 혼자 일찌감치 서두르셨을 거다.
점심 먹고 조금 앉았다가 마늘 심기가 시작되었다. 올해 수확한 마늘 중 제일 실한 녀석들로 마늘 종자를 삼아 한 두둑에 세 줄 길이로 약 10cm 간격을 맞춰 마늘을 꾹꾹 눌러 심었다. 엄마의 손이 얼마나 빠르고 정확한지 내가 겨우 한 두둑 심을 동안, 벌써 2 두둑에 마늘 심기가 끝났다. 다시 그 위로 흙을 덮어 주면 일단 마늘 심기 작업은 끝.
대부분의 텃밭 일이 쭈그리고 앉아서 하는 터라, 허리가 취약한 나로서는 고생스러운 작업인데, 그래도 열심히 엄마를 돕는 것은 심은 마늘이 겨울을 잘 나서 내년 초여름, 예쁜 마늘이 얼마나 수확될지를 기대하는 노모의 내년(來年)을 또 보고 싶은 생각 때문이다.
그래서, 사실 오늘 심은 마늘은 엄마의 내년(來年)을 심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