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실하심 2020. 8. 24.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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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 식물들의 생명력은 어마어마하다. 6월 말에 마늘을 수확하고 8월에 김장 무씨를 뿌리려고 소똥을 붓고 갈아 엎은 빈 텃밭에 어느 새 야생 갓이 여기저기 쑥쑥 올라왔다. 바람타고 날라온 갓 씨앗이 내린 비를 먹고 자리잡은 것. 이번 주 엄마가 주신 미션은 야생 갓 물김치.

 

지금까지 자기 치아를 사용하고 계시지만 요사이 잇몸이 욱신거려 2 주 전에 담가 놓고 온 고구마줄기 김치가 맛은 있는데 질겨 잡숫기 힘들다시며 텃밭의 갓으로 물김치를 담가달라고 하신다. 엄마 앞에선 언제나 mission possible~~이어야 하므로 네!!! 하고 야생 갓을 다듬기 시작. 농약을 전혀 치지 않은 거라 배추벌레가 여기저기 잎을 갉아 먹어 볼품 없는 모양새이나, 유기농이니 그 정도는 애교.

 

벌레먹은 잎 발라내고 다듬어서 물에 서너 번 씻고, 소금에 절여 놓고, 밀가루풀 쑤고 양념 준비해 한 시간 여 뒤에 절여진 갓을 씻어 물기 빼고 국물김치를 담갔다. 엄마 집에 오면 여름엔 열무김치, 고구마줄기김치, 갓김치 그리고 가을부터는 뿌린 무씨가 자라 얇은 무청부터 굵은 무청까지 매 주 하는 일이 대부분이 김치 담는 거라 이젠 눈 감고도 김치를 담는 정도가 됐으니, 어찌 보면 엄마의 텃밭 덕에 김치 달인(자칭!)이 된 듯하다.

 

어찌 됐든 엄마가 원하시는 국물 갓 김치를 맛나게 담가 놓고 왔으니, 오늘의 미션도 완벽한 완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