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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지간한 알타리 정도 자란 무가 달린 무청 김치(3차 무청 김치)

신실하심 2019. 10. 7.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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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양이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심은 무씨가 매주 눈에 띄게 자라는 모습을 보는 것이  엄마 텃밭의 가을이 즐거워지는 이유 중 하나다. 어제는 무씨를 뿌린 지 6주차. 어느 새 알타리 무 만큼 자라 흙을 뚫고 나온 무가 오똑하게 서 있다. 에구 기특해라~~~. 조금 더 자라면 옆의 녀석들과 영양분 싸움을 하느라 서로 자라지 못하기 때문에 한번쯤 더 솎아줘야 한다. 벌써 3번째 솎는 시간.


개인적으로 알타리무보다 더 부드럽고 달콤한 요 정도 크기의 무청 김치를 좋아하는 터라 냉큼 무솎기 작업 시작. 무청의 굵기 역시 2차 솎을 때보다 굵어졌지만, 질기지 않고 보드라운 게 특징이다. 김치 양념이야 대부분의 김치 양념과 별반 다를게 없지만, 유난히 맛이 좋은 건 텃밭에서 채취해 온 채소와 모든 양념거리가 김치로 변신하는 시간이 총 2시간을 넘지 않아 땅 냄새가 사라지기 전에 만들어지는 탓이 아닐까 한다.


연세가 높으신 엄마는 국물을 좋아하셔서 대부분의 무청김치를 자박자박 물김치로 담그지만, 때로는 빡빡하게 알타리김치 형태로 담가도 좋다. 알타리보다 물을 많이 머금은 터라 숙성시키는 과정에서 무 속의 물이 배어 나와 적당히 축축한 무청김치가 되기 때문이다.


이번 무청김치에는 밭에서 따온 약오른 시퍼런 고추를 씨 빼고 갈아서 고운 고추가루와 섞어서 버무렸다. 색이 진하지 않으면서 적당히 매운 맛을 내기 때문에 시원한 느낌을 준다. 기본 양념은 묽은 밀가루풀, 액젓, 마늘과 생강, 매실액 조금, 곱게 갈은 양파와 배, 시퍼런 고추, 쪽파, 고춧가루, 소금 약간이 전부.


엄마는 늘 음식이 너무 빨가면 본데가 없다고 말씀하셔서인지 우리 집 김치는 양념보다는 주재료 채소가 돋보이도록 만들어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덕분에 마지막에 남은 김치 국물까지 김치말이 국수로 사용되니 버리는게 하나도 없다.


어제 만든 3차 무청김치는 네째, 다섯째 동생 몫으로 나눠 놓았다. 뭐든 나눠 먹어야  맛이 더 있는 법......


무를 뽑을 때 까지 앞으로 2번 정도는 더 솎게 될 듯한데 더 자란 무청이 줄 새로운 맛을 기대하며 무처럼 사람에게도 성숙을 향한 기대감이 쑥쑥 자라는 삶이면 좋겠다는 뜬금없는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